1. 제주도를 간 이유
2025년 9월, Data School 과정을 마침내 이수했다. 수료증을 받았기에 금방이라도 원하는 곳에 합격할 줄 알았다.
마치 새상이 내 노력을 조금이나마 이해해 줄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생각보다 높았다. 취업 지원서도 여러 군데 넣었지만 면접 조차 가지 못했다. 결국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수 없다는 판단하에 데이터 관련 경력이라도 이어가고자 데이터 라벨링 회사에 입사하게 되었다. 그렇게 10월부터 프로젝트 종료인 이듬해 3월 초 까지, 약 5달간 묵묵히 라벨링 업무를 하며 다음 기회를 노렸다.
반복되는 업무 속에서도 성장에 대한 갈망이 있던 중 내가 수강했던 운영사에서 보조강사 채용 소식이였다. 이제는 누군가의 성장을 돕는 역활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망설임 없이 지원을 하게 되었고 감사하게도 최종 합격 통보를 받았다.
새로운 시작도 잠시, 본격적으로 입사하기 전 온전히 나만의 시간이 간절했다. 그래서 무작정 4일간의 제주도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2. 힐링

나는 낭만파라 그런지 단 한 번도 던져본 적 없는 낚시대까지 챙겨 제주도에 오게 되었다. 푸른 제주 바다를 바라보며 멋지게 낚시대를 드리우는 내 모습을 상상했지만, 현실은 냉정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개같이 낚시를 단 한번도 해본 적이 없다. 그 무거운 낚시대는 여행 내내 짐짝으로 트렁크 한 짝을 차지했다.
저렇게 포장한 이유는 낚시대가 내가 화물로 가기 위해 박스나 케이스가 필요하다고 한다. 내가 챙긴건 없어서 김포공항 우체국에서 박스값 주고 급하게 포장을 했다.
처음에는 제주도의 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달리는 오토바이 여행을 꿈꿨다. 하지만 알아 보니 125cc 이상의 바이크를 대여하려면 경력이 증명되어야 했고, 무엇보다 대여 비용이 생각보다 너무 비쌌다. 결국 현실과 타협해 귀여운 레이 한 대를 빌렸는데, 이건 신의 한 수였다. 여행 중반부터 제주도에 비가 정말 억수같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만약 오토바이를 탔다면 낭만은커녕 물에 빠진 생쥐 꼴로 고생만 했을 텐데, 아늑한 레이 안에서 빗소리를 들으며 운전할 때마다 '진짜 레이 빌리길 천만다행이다'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첫날의 목적지는 '스누피 가든(새벽 프렌즈)'이었다. 사실 거창한 이유가 있어서 선택한 건 아니었다. 주변에 갈 만한 곳들을 쭉 둘러보던 중에, 그냥 직감적으로 여기가 가장 재미있을 것 같아서 발길 닿는 대로 향했다. 애초에 이번 여행의 컨셉은 철저하게 '계획 없는 무조건적인 P'의 여행이었으니까.
물론 계획이 없다 보니 단점도 확실했다. 동선을 효율적으로 짜지 않고 마음 가는 대로 움직이다 보니, 이 넓은 제주도 땅에서 운전을 정말 무지막지하게 많이 해야 했다. 내비게이션의 남은 거리를 볼 때마다 헛웃음이 나왔지만, 뭐 어떤가. 이 또한 계획 없는 여행이 주는 묘미이자, 현실 도피를 제대로 즐기는 나만의 방식이었다.

입구는 이렇게 생겼다.

입구에 들어가자 마자 보이는건 자유롭게 풀어논 양들이였다.
이 농장의 특징은 거의 모든 동물을 자유롭게 풀어놓고 만질 수 있었다.

양, 오리, 염소 뿐만 아니라 알파카, 공작 등 많은 동물이 있었다.
흑돼지도 풀어놨었는데 농장 중앙?에는 리트리버도 있었다, 너무 귀여웠다.
옛날 흑돼지 빗자루를 아는가? 이걸로 엄청 쳐맞았는데 그 추억이 생각나서 좋았다. 털이 진짜 빳빳했다.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동물은 오리였다.
이렇게 무료로 앵무새 먹이를 줄 수 있는 체험도 있다.
이렇게 오랜만에 힐링을 해서 좋았다. 막상 들어가면 돈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자유도가 높고 동물들을 가까이서 볼 수 있어 대만족이였다.
확실해 커플 + 아이들 조합이 가장 많았다
3. 망한 게스트 하우스
게스트 하우스는 진짜 망했다
나는 원래 돈을 아낀다는 마인드로 싼 게스트 하우스를 예약을 했지만 이렇게 낙후될 줄은 몰랐다.
무슨 환기 안한 냄새가 가득하고 원래 4인실 예약을 했는데 갑자기 2인실 예약이 변경이 됐다. 옆에 다른 한명은 오후 5시부터 새벽 3시까지 코를 골며 잤다. 너무 시끄러웠다.
환불도 안된다 해서 그냥 지내기로 했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침대에 허접 전기장판이 있어서 춥지 않게 잘 수 있어서 좋았다. (3월 제주도는 너무 춥다)

4. 미식

게스트하우스에 짐을 풀고 저녁을 뭘 먹을까 고민하던 참에, 마침 숙소 근처에 몸국으로 유명한 식당이 있다길래 로컬 감성을 느껴볼 겸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제주도에 오면 다들 한 번쯤 먹어본다는데, 도대체 어떤 맛일지 무척 궁금했다.
주문한 몸국이 나오고 드디어 첫 입을 떴다. 직접 먹어본 몸국의 맛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진한 돼지고기 국밥 베이스에 바다향이 은은하게 나는 해초맛'이었다. 걸쭉하고 묵직한 고기 육수와 꼬들꼬들하게 씹히는 모자반의 조화가 묘하게 매력 있어서, 왜 사람들이 제주 향토 음식으로 찾는지 어느 정도 납득이 가는 맛이었다. 뜨끈한 국물이 들어가니 운전으로 쌓인 피로가 조금은 풀리는 듯했다.
하지만 문제는 사이드로 호기롭게 추가한 순대였다. 겉으로는 평범하나, 한 입 베어 물자마자 돼지 누린내가 코와 입안을 사정없이 찔렀다. 웬만한 돼지 부속이나 부속 고기는 잘 먹는 편인데도, 이 순대는 차원이 달랐다. 누린내가 얼마나 심했는지 먹는 내내 '내가 지금 순대를 먹는 건가, 아니면 거대한 편도결석을 씹어 먹는 건가' 싶을 정도로 엄청난 충격과 공포의 맛이었다.

뭔가 짠돌이 여행이라 게스트하우스도 그렇고 국밥 밖에 못먹었지만, 다음에는 돈을 조금 더 모아 회나 흑되지 구이 등을 먹을껄 하는 후회가 있었다.
암튼 국밥 먹고 샤워 후 빈둥 대며 제주도 1일차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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